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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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 새 삶을 산다]또 다른 외교의 길
관리자  2014-03-25 15:46:11, 조회 : 822, 추천 : 171



영월의 폐교 리모델링 박물관 세워
외관은 추원 달리는 얼룩말 모습
아프리카 20여개국에서 수집한
가면.장신구 등 미술품 1천점 가득

"고풍스럽게 손때 묻은 부족들 조각
소중품 혼자만 보기 너무 아까웠다"
자칭 '70대 머습 소일거리 마다 안해'

박물관 고을 영월에 가면 자칭 `70대 머슴'이 운영하는 박물관이 있다. 조명행(74)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장은 머슴답게 언제나 자신이 세운 박물관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청소와 전시물 정리, 기획전 구상 등으로 바쁜 하루를 소일한다.

전직 외교관 출신으로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힘썼던 그가 김삿갓면 진별리 고씨동굴 관광지 옆 폐교에 박물관을 세우고 정착한 것은 2009년 5월. 영월군이 박물관을 유치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문을 두드려 이뤄낸 결실이자 또 다른 고행의 시작이었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박물관의 외관은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박물관에는 그가 1991년 나이지리아 대사로 부임한 후 아프리카 20여개국에서 수집한 1,000여점의 미술품이 가득하다. 종교의식에 사용하는 가면과 인물상, 동물 형상의 부족 상징, 생활 용기, 장신구 등 아프리카 미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전시품들은 하나하나가 부족의 안전과 소망 등 특정한 의미를 가지는 상징적인 것들이다. 1층 전시실에는 각 부족의 전통을 상징하는 작품 및 현대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주로 나무와 청동 토기 상아로 만든 작품이다. 2층은 코이카 지구체험관과 교육영상실 등으로 꾸며졌다. “마스크는 아프리카 3,000여 부족이 다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신비롭고 표현이 특이한 게 좋아 모으기 시작했지만,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는가를 알면서 각 부족의 대표성이 잘 드러난 조각과 마스크·인물상을 중심으로 수집했죠.”

전시실 한켠에는 3분의1로 축소한 밀로의 비너스상이 있다. 그 바로 옆에 아프리카 작가가 만든 여인상을 놓았다. 관람객들에게 `유럽의 비너스와 아프리카의 비너스 중 무엇이 더 아름다우냐'는 생각을 던져준다. “아프리카는 지구 육지 면적의 5분1, 9억명이 넘는 인구와 54개국의 유엔 회원국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광활하죠. 이런 영향으로 아프리카 미술의 특징은 기교 없는 자연스러움입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은 과장해서라도 보여주고, 중요치 않은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죠. 현대예술에서 거론되는 야수파·초현실주의·다다이즘 등도 영향을 받았죠. 박물관이 관람객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다시 생각하고, 그들을 편견 없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박물관에는 흑단으로 만든 `조화로운 세계'라는 현대작품이 눈길을 끈다. 흑단은 지구상에서 가장 무겁고 단단한 나무로 그 속성이 검은 부분과 흰 부분으로 돼 있다. “이 조각은 검은 부분과 흰 부분을 잇거나 붙인 게 아니고 한 덩어리의 나무죠. 세 사람이 우리 지구를 떠 받들고 있는 모양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손을 내리거나 흔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그는 서울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문제대학원을 수학했다. 1965년부터 외교관의 길에 들어서 주 앵커리지 총영사, 나이지리아 대사, 칠레 대사 등을 역임했다. 1999년 12월31일 칠레 대사를 끝으로 퇴직한 뒤 부산 UN기념공원 관리처장으로 3년간 근무했다. 그후 소장품을 혼자만 보기가 너무 아까워 박물관 설립을 결심했다.

조 관장은 원래 박물관 설립을 목적으로 수집활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수집벽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나이지리아 근무 당시 만찬에 초대된 브라질 대사의 집에서 목격한 아프리카 조각들은 쉽게 토산품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고풍스럽게 손때 묻은 부족들의 전통조각과 생활도구들은 아프리카 조형예술의 진수를 맛보게 했다. 그후 지방 출장을 갈때면 위험을 무릅쓰고 반드시 시골을 찾았다.

동부아프리카에서 인물상 조각을 산 후 돈이 부족해 비행기를 싼 좌석으로 바꿔야 했던 일, 안 팔겠다는 작품을 6개월간 졸라댄 끝에 산 일, 자주 찾아주는 행상의 발길이 끊길까 봐 복제품인 줄 알면서도 사준 일, 마음에 드는 마스크를 싸게 산 기쁨에 밤새도록 닦고 기름칠했던 일 등이 추억이 돼 가슴에 켜켜이 쌓여 있다.

그의 박물관 머슴일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잔디를 깎고 잡초를 뽑고 전시실을 개조하고 페인트칠을 하는 일은 언제나 그의 몫이다. 운영이 어려운 시골 박물관장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충실한 머슴이 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새싹이 돋아나는 봄날, 그의 박물관을 찾으면 아프리카 미술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벗어던지게 해주는 자칭 `70대 머슴'의 유쾌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영월=김광희기자 kwh635@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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